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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현 칼럼] 대한제국의 멸망이 100% 황실만의 책임인가?

Imperialhouse 0 737

<2006년10월 23일 칼럼>

 

2006년은 황실로 보면 별난 해가 될 것 같다.
  유독 황실(왕실) 관련 뉴스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일본 왕실에서 41년만에 아들이 출산했다 하여 전 일본이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우리 황실은 철저히 말살해놓고 자기네 황실은 맥아더 군부 아래서도 끝까지 보존하려 했고 이제 그 황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일장기 아래 뭉치는 분위기다.

  또한 얼마전 태국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 역시 모든 세계의 이목은 현 '푸미폰 국왕'에게 쏠렸고 국왕의 쿠데타 추인으로 이젠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뉴스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대미를 장식한 것이 '대한제국 황족회'라는 단체가 의친왕의 차녀인 '이해원 여사'를 여황제로 추대한다며 모 호텔에서 대관식이라는 것을 9월29일 치른 것이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우리황실사랑회가 추구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고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방식이다.

  이래저래 MBC-TV의 '궁'이라는 동명의 만화를 드라마로 방영한 것으로 인해 황실에 대한 관심이 은근하게 지펴져오던 차에 현실적인 황실이 우리 앞에 다가온 일대 사건이 되어 주었다.  이에 힘입어 이젠 '궁2' 드라마 까지 한다던가.

  전 세계에는 30여개국에 왕실이 존재하고 있다.   영국 일본 태국을 비롯해 유럽에선 덴마크 스페인 모나코 스웨덴 노르웨이 모로코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그리스, 아시아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오만 네팔 부탄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이 있다.   원래의 왕실이 그대로 이어져 오던 나라도 있지만 20세기 들어 복원된 곳도 있다.   대부분 왕은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중동지방처럼 전제군주제를 여전히 갖고 있는 나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황실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이번 이해원 여사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네티즌 댓글을 보면 거의 99% 비난성 글이 올라온 것을 보게 된다.  즉,  황실이 일본에게 굴욕적으로 나라를 넘겨 결국 말아먹었다.. 황실 인사들을 먹여살리는데 우리의 세금이 쓰일 수는 없다... 21세기에 무슨 황실이냐... 똑같은 사람끼리 누구는 황족이냐..등 이다.

  물론, 일본에 의해 굴욕적으로 나라를 빼앗겨 36년간 일제 통치시기를 거친 것은 황실이 당시 최고 권력이었던 만큼 분명 잘못한 것이다.  그러나 19세기~20세기를 거치는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그 시기.  나라를 빼앗긴 것이 완전 100% 황실만의 잘못일까?

 제국주의가 팽배했고 서로 먹고 먹히던 그 시기에 전세계는 오직 두가지만 존재할 뿐이었다.  먹느냐, 먹히느냐다.  이 시기 200여개국 중 '지배자 국가'와 '피지배자 국가' 가 되지 않았던 나라는 딱 5개국 뿐이었다.
  바로 '태국''네팔''라이베리아''에티오피아''스위스'다.  [참조 : 이원복 교수 - 세계사산책 1편]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것도 아니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을 옮겨다 놓은 인공국가였고, 네팔은 고산지대의 국가여서 속칭 먹을 게 없었고, 태국은 프랑스령과 영국령 사이에서 완충지대였고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영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오직 스위스만이 중립국의 위치에 있었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어 나갈래야 나갈 수 없었다나)

  즉, 200여개국 나라 중 단지 세계 최강국 10여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스페인 등)이 전세계 190여개국을 서로 먹어치운 형국이었다.  

  아시아만 놓고 보자. 태국, 네팔만 제외하고는 모두 제국주의 열강의 손에 넘어갔다.  지배국가였던 일본 역시 미국의 페리제독에 의해 강제개방이 되지 않았던들 지배국가가 되었을까.

  이렇듯 아시아 각국은 서양 열강의 산업혁명과 물질의 폭풍앞에 모두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져 있었다.  우리나라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치며 개방의 기회가 있었으나 우리가 너무 열심히(?) 싸운 덕택에 개방이 늦어지고 말았다.  당시 일본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에 있어 쇄국정책은 우리만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다.

  이러할진대 우리는 너무 자학적인 사관으로만 보아 우리의 조상에 대해 무능하다느니 열강의 지배를 받았느니 하는 것은 아닌가?  아시아 어느 국가를 보아도 우리처럼 강대국의 지배를 받았다고 자기 스스로를 자학하는 나라는 볼 수 없다.  오직 우리만이 우리 스스로를 비난하고 조상들을 욕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은 칼을 든 강도에 다름 아니었다.  돈이라면 아편을 포함한 마약거래도 서슴지 않았고 나라의 재물과 문화재를 약탈하는 일은 일도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일본처럼 한 나라의 국모를 살해하고 황제를 독살하고 궁궐을 동물원으로 만들고 파괴하는 일은 어느 제국주의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가장 잔학하고 잔인 무도한 행위였다.  그렇게 강도짓을 한 강도가 나쁜 놈인가 그 놈에 당한 사람이 나쁜 놈인가.

  우리는 강도를 비난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왜 아버지는 강도에 당했냐고 더 비난해 오지는 않았는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언급했듯이 강도 당하지 않도록 힘을 기르는 일에 소홀한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뉘우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100% 황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것은 일제가 침략기 동안 황실의 부정적인 모습을 철저히 교육을 통해 각인시키려고 했던 그 의도에 우리가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아직도 명성황후 얘기만 나오면 실제 있지도 않은 야사에 불과한 '순종황제 건강을 위해 금강산 1만2천봉에 쌀 한가마씩을 올려 놓고 빌었다' 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우리는 황실(왕실)을 중심으로 한 자랑스러운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왕조시대의 모든 문화의 집결지는 왕실이다.  최고의 요리는 '수랏간'에 있었고 최고의 무예를 가진 무사는 '궁궐'에 있었다.  왕이 즐기던 궁중요리는 문화재가 되었고 왕이 머물던 궁궐은 국보가 되고 사적지가 되고, 역대 왕의 제사에 쓰이는 음악과 의식 조차 세계문화유산이 되는 판이고, 왕을 지키던 궁궐의 수문장끼리 교대하던 교대의식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그뿐인가 왕이 보던 책은 '국보'가 되고 왕이 머물던 곳곳의 이야기들이 전해져 지금도 그 이름이 남아 있다.  날아다니는 새들도 그 핏줄을 보존하고자 '천연기념물'이 되는 판에 그 주인공인 왕실의 구성원과 그 후손은 일제의 간계에 의해 철저하게 유린되고 재산을 빼앗기고 해외에 볼모로 잡혀 갔었는데 우리는 광복이 되어서도 일제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파괴하고 외면했다.

  요즘 한창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고 우리의 자존심을 세운다며 궁궐복원을 하고 조선왕조실록 반환을 서두른다.  온 국민을 전쟁의 화마앞에 내몬 일본의 황실도 버젓이 살아 있는데  진정한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고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은 껍데기만 복원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 핵심인 황실을 세워내는 것이다.  일제가 제일 두려워했던 일 바로 그것이다.

  지금은 대통령제의 민주공화정이다.  
  '우리황실사랑회'가 국민과 정부보고 황실에게 권력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명예를 되찾아 주고 최소한의 관광자원화 해서 국민 세금 필요없이 스스로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고 해외에 밀반출된 문화재를 찾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것인데 일제도 핍박했는데 우리까지 핍박해야 하겠는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의도대로 되었다고 기뻐할 일 왕실의 전범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더 가슴이 쓰리다.

  정녕 우리에게 있어 황실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도 이젠 할 날짜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점이 점점 더 안타깝게 다가올 뿐이다.  아니 이 질문보다 더 급한 것이 황실로 인해 나라가 망했다는 잘못된 것은 조상탓이라는 우리 스스로의 자학적인 사관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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